‘가짜 구토물’ 사기범 검거..피해자만 160명

 택시 기사가 만취한 승객을 노려 가짜 토사물을 이용해 합의금을 뜯어내는 범행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상습공갈 혐의로 40대 택시기사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부터 서울, 경기, 충청 일대에서 주로 심야 시간에 만취한 승객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그는 술에 취해 의식이 희미한 상태로 택시에 탄 승객들을 노려 범행을 계획적으로 실행했다.  

 

A씨는 승객이 택시에 탄 직후부터 의식을 잃거나 깊이 잠드는 것을 확인한 뒤 한적한 골목이나 외진 장소로 차량을 이동시켰다. 이후 미리 준비한 죽, 콜라, 커피 등을 섞어 만든 가짜 토사물을 승객이 앉아 있는 좌석과 차량 내부, 자신의 얼굴과 옷 등에 일부러 뿌렸다. 그리고 승객을 깨운 뒤 "운전 중 폭행을 당했다"며 협박하고, 이에 대한 형사합의금과 세차비, 파손된 안경 구입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 A씨는 승객에게 “운전자 폭행으로 처벌받으면 벌금이 1000만 원까지 나올 수 있다”며 겁을 주면서 합의를 종용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피해 승객들이 술에 취해 상황을 명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했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실제로 구토를 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였고, 블랙박스가 없는 차량 내부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결국 합의금을 건넬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들은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600만 원까지 A씨에게 송금했고, A씨는 약 1년 동안 이러한 방식으로 총 160명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범행은 최근 한 피해자의 신고로 덜미를 잡혔다. 해당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아무리 취해도 토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경찰은 이 진술을 바탕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토사물 감정을 의뢰했고, 검사 결과 해당 물질이 실제 구토물이 아닌 인위적으로 조제된 혼합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한 뒤 A씨가 미리 준비한 가짜 토사물을 사용해 승객을 속이고 돈을 뜯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을 보다 명확하게 입증하기 위해 잠복 수사에 나섰다. 수사팀은 A씨의 택시 동선을 분석한 뒤 심야 시간대에 그의 차량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이후 형사 한 명이 만취한 척 위장한 상태로 A씨의 택시에 탑승했고, 예상대로 A씨는 범행을 시도했다. A씨는 피해자를 한적한 장소로 이동시킨 뒤 가짜 토사물을 뿌리고 합의금을 요구했으며, 이 과정이 경찰의 몰래카메라에 그대로 기록됐다. 경찰은 곧바로 경기 남양주시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블랙박스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을 이용해 이러한 범행을 지속적으로 저질러 온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는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운 심야 시간에 범행을 저지르고, 대부분의 피해자가 전날 과음으로 인해 기억이 불분명한 상태임을 악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A씨는 승객이 돈을 건네지 않으려 하면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며 법적 처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협박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1일 상습 공갈 혐의로 A씨를 구속했으며, 이후 수사를 마무리한 뒤 10일 서울북부지검에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은 A씨가 오랜 기간 동안 유사한 수법을 반복해 왔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적인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운전자의 권리를 악용해 선량한 승객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사기 행각을 벌여 온 사례”라며 “A씨의 범행 방식과 유사한 피해를 본 시민들은 즉시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심야 시간대 택시를 이용할 때 승객들도 블랙박스가 있는 차량을 선택하고, 음주 후 낯선 환경에서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