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트남과 反美 연대 시동…‘관세폭탄’ 반격 개시

이는 올해 시 주석의 첫 해외 순방이자, 그의 주석 재임 후 네 번째 베트남 방문이다. 중국은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전쟁 이후 주요 교역국들과의 협력을 확대하며 경제 안정을 꾀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인접하면서도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형제국'으로 꼽힌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국제항공 전용기를 타고 하노이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베트남은 이례적으로 르엉 끄엉 국가주석이 직접 공항에 나와 환영하는 등 최고 예우로 시 주석을 맞이했다. 군 의장대와 오성홍기를 든 군중 수백 명도 환영식에 참여했다.
시 주석은 성명을 통해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운명공동체 건설을 위한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고,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그는 베트남 주석궁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양국은 공급망 강화, 철도 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수십 건의 협정에 서명했다.
이들 협정 중에는 상품 원산지 증명 관련 베트남 상공회의소와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간의 협력 MOU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년전'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 2월 승인된 약 80억 달러 규모의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부이 타인 선 베트남 부총리는 철도, 농업, 디지털, 녹색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며, 약 40개 협정 체결이 예정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방문 기간 중 찐 총리, 끄엉 주석, 쩐 타인 만 국회의장 등 베트남의 최고 지도자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다. 이는 베트남 전 국가서열 1~4위를 모두 만나는 일정으로, 그만큼 중국이 이번 방문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베트남의 입장은 다소 미묘하다. 최근 미국은 베트남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경로로 지목하며, 최대 46%에 이르는 초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원산지 표시 조작 근절과 자재 공급원 다변화 등 대미 무역 리스크 완화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산업무역부는 최근 공문을 통해 국내 기업들에게 사기 행위를 근절하고 자재 원산지를 철저히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시 주석은 이에 맞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방문에 앞서 '년전' 기고문에서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으며,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고 주장하며, 다자간 무역체제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양국 간 협력을 인공지능, 5세대 이동통신(5G), 녹색 기술 등 신산업 분야로 확장해야 하며, 스마트 항만과 철도 등 인프라 사업에서도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럼 서기장도 시 주석을 “진심 어린 동지이자 절친한 벗”으로 평가하며 화답했다.
찐 총리 역시 중국 국영 항공기 제조사인 코맥(COMAC)과의 협력을 논의하며 항공기 임대, 구매, 정비센터 설립 등을 제안했고, 베트남 저비용항공사 비엣젯은 코맥과 MOU를 체결해 중소형 여객기 C909를 국내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 이후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로 순방을 이어갈 예정이며, 이번 일련의 외교 행보는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아세안 지역에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적 시도로 해석된다.